빈 의자 / 양양덕
페이지 정보
본문
갈뫼 44집 262쪽
빈 의자
양양덕
화분마저 시들어버린 텅 빈 베란다
등나무로 엮어 만든 의자 하나 놓여있다
긴 팔 다리 올려놓으시고
그보다 더 긴 삶을 조용히 흔들어 보시던 아버지
때론 앞으로 때로는 뒤로
울고 웃었던 세월들 가만가만 펼쳐보시며
일렁이는 삶의 풍랑 속으로
천천히 멀어져 가시던 그 모습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의자는
아직 그곳에 그렇게 놓여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빨래 없는 건조대와 둘이
말없이 바라보면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