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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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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0건 조회 1,753회 작성일 15-02-12 12:00

본문

 

                               김언

 

  나무 한 그루 만들지 않고 숲이 되는 방식을

  손 한번 잡지 않고 애인이 되는 방식으로

  피 한번 섞지 않고 형제가 되는 방식에서

  눈 한번 주지 않고 경치가 되고 풍경이 되는

  그 기특한 방식과 더불어

 

  풀이 자라는 방향으로

  꽃망울이 터지는 방향으로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좀 더 축축하게

  가라앉는 그 문장을

  모조리 끌어올려

  새로 태어나는 나무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뿌리보다는

  좀 더 뿌리 밑으로

  나무가 자라는 방향으로

  말은 퍼진다

  하늘인가 땅인가

  이 방향인가

  저 방향인가

  나뭇가지가 퍼지는 모양으로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뿌리보다는

  좀 더 뿌리 밑으로

  풀도 나무도

  숲도 모조리 끌어올려

  말은 터진다

  몸 한번 섞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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