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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 서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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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금희
댓글 0건 조회 1,697회 작성일 15-08-07 10:32

본문

 

 

 

쿠바에는

새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더라

쿠바에는

개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더라

해치지 않을 줄 알기 때문이다

 

 

길가에 서 있는 옥수수도

골목마다 핀 노란 해바라기도

잔디밭에 누워서

까닭 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학생들도

훤한 대낮,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애인을 안고 있는 젊은 경찰도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이더라

 

 

'저렇게 살갗이 검을 수가 있을까' 싶은 아가씨와

'저렇게 살갗이 하얄 수가 있을까' 싶은 사내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더라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허름한 집을 보고

그들이 입고 다니는 낡은 옷을 보고

가난하다고 말한다. 못 산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아무런 조건도 갖추지 않았는데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쿠바는, 결코

가난하거나, 불행하지 않더라

 

 

- 우리도 쿠바의 새들처럼 / 서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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