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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두 알 - 이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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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1건 조회 1,991회 작성일 15-12-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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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두 알

                                      이운진

겨울을 위해 책장 위에 올려 둔 모과 두 알이 썩고 있다

하나는 살이 부풀어 오르며 진물이 흐르고

하나는 속을 말리며 쪼그라든다

 

하나는 우는 여자 같고

하나는 참는 여자 같다

 

짐짓 모른 척해 주려고 모과를 책장의 더 높은 곳으로 옮겨 놓고

어둠의 요람에서 자랐을 것들을 생각한다

 

씨앗과 달큼한 과즙, 풀과 별들의 냄새 같은 것이

다시 모과의 시간 바깥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바람도 매일의 상처였던 날들을 잊고 있을까


그사이

우는 여자는 어제보다 더 무너져 울고 있고

참는 여자는 어제보다 더 가벼워져 있다


하나는 슬프게 행복을 애원하는 것 같고

하나는 슬픈 눈으로 행복을 말하는 것 같아서


모과 곁에서

모과를 조금 떼어 놓는다


눈물보다 어리석은 여자가 내겐 더 옳았으므로

정말 잊어진 것은 끝내 잊어져야 하므로

 

나는 참고 있는 모과 쪽으로 자꾸 햇살을 모아준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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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자님의 댓글

이은자 작성일

<p>아!</p>
<p>&nbsp;나는 우는 여자일까?</p>
<p>참는 여자일까?</p>
<p>지금 생각해 보니 </p>
<p>그 시절 차라리 </p>
<p>철철 우는 여자였어야 </p>
<p>좋지 않았을까?</p>
<p>&nbs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