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먹다 - 이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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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먹다
이운진
사람들은 쉽게 욕을 한다
짐승 같은 놈
짐승만도 못한 놈, 이라고
그 순간 초원의 한복판
사자와 가젤이 달려간다
가젤 한 마리를 뒤쫓는 사자와 사자로부터 도망가는 가젤이
몇 번째인지 모를 생을 헤아리며 달린다
사자나 가젤이나
먼먼 조상을 원망하지 않고
신이 편들지 않는 게임에서
서로의 운명을 팽팽히 당기며
짐승의 삶을 지킨다
빌딩 숲에서 나는 달린다
사자가 결코 부러워하지 않을
행복을 얻기 위해 발톱을 세우고
가젤보다 위험하게
사자보다 숨차게 검은 밤을 헤맨다
사람 같은 놈, 이라고
사자에게 욕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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