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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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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0건 조회 1,372회 작성일 15-12-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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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처럼 오래오래  

                             
    이운진

 

삼백 년 된 백일홍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은 그저

 삼백 년쯤 된 습관이겠거니

짐작했겠지만

꽃을 만드느라 뒤채던 밤이 삼백 년이라면

그 잠은 얼마나 곤할 것인가

이를테면 지금도

삼백 년 전 첫 꽃을 맺었을 때처럼

혹은 방금 햇살을 베어 물고 날아와 앉은 새의 발목처럼

착하지도 죄를 짓지도 못한 채

 당신이 내 등줄기를 짚어주던 그 밤처럼

놓지 못한 바람이 보인다면

삼백 년째 백일 동안

꽃은 얼마나 두근거렸을 것인가

 

나는 그 꽃 아래서

겨우 서른 몇 날의 그리움을 걱정하였으니

백일홍나무의 몸속에 잠든

삼백 년 된 별을 어찌 알아볼 수 있겠는가

무슨 힘으로 마음을 피우고 지우고 또 피우겠는가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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