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울대 / 원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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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울대
- 원구식(1955~ )
나는 목울대라는 말이 참 좋다.
목울대 목울대 하고 부르면
내 몸 어디에선가 슬픈 나무
냄새가 난다.
여자에겐 없는 이 나무는
후두를 지나
한사코 눈물샘과 연결되어 있다.
설움에 복받쳐 우는 여인들의 양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이는 까닭은 바로
슬픔의 원천인 이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를 나무라고 하는 까닭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의 울림통이 나무이기 때문이다.
이 나무가 물렁하지 않다면
누구도 이렇게 큰
울음소리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내장 깊은 곳에서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복받쳐 올라 목울대를 칠 때
비로소 울음이 완성된다.
코가 시큰거리고
눈물샘에 수정보다 맑은 물이 고인다.
목이 울 때가 된 것이다.
<경향시선-2016.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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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은자님의 댓글
이은자 작성일
<p>어쩜 이렇게도 </p>
<p>어쩜 이렇게도 ...</p>
<p>무릅을 탁 칠수밖엔 없네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