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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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 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글씨로 써 보네. 산이 두 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 가지 흔들리듯 다가드는
수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 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주기도 하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 한잔을 권할 때도 있네
그리고 옷을 벗고 무념(無念)의 이불 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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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은자님의 댓글
이은자 작성일
<p>정명숙 선생</p>
<p>그대도 그런 쓸쓸이 자주 깃드시는지요?</p>
<p>문정님의 '쓸쓸'이 고쳐 말합면 '고독'일 수도 있겠지요.</p>
<p>시인이라면 가끔은 절대고독에 맞닥드릴 때가 있으리다.</p>
<p>그러나 이것만은 유념해야 할 거외다.</p>
<p> </p>
<p>고독감 VS 고독력 말이요.</p>
<p>시를 올려주어 고맙소 건강유념하세요.</p>

정영애님의 댓글
정영애 작성일
<p>
히히히</p><p>명숙이가 아니라 영앤디유~~~<b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