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시인의 시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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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 이정록
매끄러운 길인데
핸들이 덜컹할 때가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눈물로 제 발등을 찍을 때다.
탁자에 놓인 소주잔이
저 혼자 떨릴 때가 있다.
총소리 잦아든 어딘가에서
오래도록 노을을 바라보던 젖은 눈망울이
어린 입술을 깨물며 가슴을 칠 때다.
그럴 때가 있다.
한숨주머니를 터트려버리려고
가슴을 치다가, 가만 돌주먹을 내려놓는다.
어딘가에서 사나흘 만에 젖을 빨고
막 잠이 든 아기가 깨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촛불이 깜박,
까만 심지를 보여줬다가
다시 살아날 때가 있다.
순간, 아득히 깜깜한 먼 곳에
불씨를 건네주고 온 거다.
돌
내 서랍은
당신의 호기심보다 깊지 않아요
손끝에 닿지 않는 설렘까지
꺼내가지 말아요
내 밥그릇은
당신의 허기처럼 물방울이 맺혀 있어요
발끝에 떨어지는 눈물처럼
마냥 식어가게 두지 말아요
내 우물 속 하늘은
당신이 높아질수록 깊어지지요
마냥 밤하늘이 고이게 하지 말아요
당신의 한숨만 퍼 올리지 않겠어요
나의 봄은
당신의 입김이 닿을 만큼에서 피어나요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처럼
가까이에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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