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꽃 /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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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문인수
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 쥔 에이포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어, 처박힌 종이 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러오르다, 이내 잠잠해진다.
종이도 죽는구나.
그러나 입 콱 틀어막힌 그 마음의 밑바닥에 얼마나 오래 눌어붙어 붙어먹었으면, 그리고 그 무거운 절망, 기나긴 암흑의 산도産道를 얼마나 힘껏 빠져나왔으면 그토록 환하게
뼈 부러지게 기뻤을까,
누가, 날 구겨 한번 멀리 던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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