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과속방지턱 / 문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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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방지턱 / 문무학 - 뜻밖의 낱말 24
턱이 없다는 건 얼굴이 없다는 것이다
멀쩡한 턱을 갖고 턱없는 짓을 한 건
턱 있는 내가 아니다 턱을 잃은 다른 나다
그 낮은 과속 방지턱 넘을 때 생각났다
길은 마구 달리라고 긴 것이 아니라
턱 없이 달리다 보면 턱만 잃고 만다는 걸
오로지 빨리빨리 달려온 길 돌아보니
길보다 긴 회한이 구불구불 휘어있고
그 길엔 아무도 없다 따라오는 사람 없다
천천히 걸어올걸 그랬어도 괜찮을걸
읽던 책에 그어놓은 밑줄같은 이 생채기
지우고 살 수 있어서 턱이 생겨날 것을
- 다음글시 - 꽃 / 문인수 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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