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끌다 고장 난 나의 수레여

판사 같은 수선공

고여있던 어제 거꾸로 놓더니

절뚝거리던 시간을 거침없이 떼어낸다

희망을 갈아붙인 후

탕탕탕, 힘차게 안전못을 박는다

낡아도 차마 버릴 수 없던 삶의 내력이

망치 끝에서 출렁 되살아나고

다시 일어서라고, 걸어가라고

초심으로 단단해진 생의 수레에

들메끈 조여주는 구두수선공

허름하고 낡은 것들 모여들지만

무성의 법륜소리 낭랑한 이곳은

영혼의 척추까지 반듯하게 세워주는

불립문자 가득한 한 평짜리 선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