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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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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행두
댓글 1건 조회 2,068회 작성일 09-02-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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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에는 길이 험하지 않다. 마을과 가까이 있다. 단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그 산에 오르기 위해서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좋다. 오이 한쪽. 생수 한 병이면 족하다. 안전 수칙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아마츄어 들이다. 작은 산엔 작은 동식물이 서식한다. 주로 초식동물이다. 작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 특별히 날을 잡을 필요가 없다. 매일 아침 잠깐 시간을 내어서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다. 작은 산에 오르는 일은 일생의 큰 과업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내어서 신문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삶의 아주 작은 소품이다. 이렇게 올망졸망한 작은 산 가운데는 반드시 큰 산이 있다. 그런데 큰 산은 반드시 몇 개의 작은 산을 거쳐야 오를 수 있다. 그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하루나 이틀 정도 날을 잡아야 한다. 커피나 신문을 읽는 수준이라면 아예 포기해야 한다. 큰 산에 오를수 있는 사람은 동호인 이상의 마니아급이라야 가능하다. 큰 산에 오르기 위해선 그 수준의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산에 오르기 위해선 차츰차츰 다른 자질구레한 수준의 습관을 정리해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훈련을 쌓아야 한다. 작은 산은 내가 산을 특별하게 몰라도 정복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산은 산을 잘 알고 산이 내 몸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숙해야 한다. 점점 산이 크질수록 내가 함께 자라가야 산을 정복할 수 있다. 그리고 방향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선택해야 될 폭이 무궁무진하다. 목표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목표의식이 없으면 늘 산 속에서 헤매게 된다. 작은 산에는 작은 동식물이 있고 큰 산에는 큰 동식물이 있다. 작은 산에는 발을 헛디뎌도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되지만 큰 산에는 반드시 중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귀와 눈이 밝아야 된다. 작은 산에는 길을 잘못 들어도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되돌려서 바로잡을 수가 있지만 큰산은 길을 잘 못들면 아주 생소한 산에 이를 수 있다. 곰을 피하려다 표범을 만나는 것 처럼......
큰 산들 사이에서는 더 큰 백두산이나 황산이나 에베레스트 같은 영산이 있다.
이러한 산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취미생활이나 동호인 수준이 아니라 평생을 산에 오르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시간을 내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에 오르는 것이 너무 좋기 때문에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낙을 배설물처럼 버린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틀림없이 미친 사람들이다.

이런 영산엔 마을도 도시도 사람들도 동식물도 거의 없다.
대신에 바람과 눈과 바위와 구름과 그 위에 우주가 있다.
높은 산에는 깊은 고독과 신비가 공존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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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자님의 댓글

박명자 작성일

<p>


내 삶이 깊어질수록 산이 좋아진다. 산의 포용성. 산의 깊이 잇는 사색의뜰... 아 아침 마다 산에 오른다</p><p>산이 거기 잇어 거기에 오른다. 산...산 .산....<br /></p>